오후 2시에 전입신고, 오후 4시에 근저당 — 그래도 1순위는 은행입니다. 이 하루에 1억 1,000만원이 걸려 있습니다
잔금을 치른 날 오후 2시에 주민센터에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았습니다. 같은 날 오후 4시, 집주인이 그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근저당권을 설정했습니다. 두 시간 늦은 은행과 두 시간 빠른 세입자 중 누가 앞설까요.
은행입니다. 시계로는 세입자가 먼저지만 법이 세는 시간이 다릅니다. 세입자의 대항력은 전입신고를 한 다음 날 오전 0시에 생기고, 은행의 근저당은 등기를 접수한 그 순간 효력이 생깁니다. 같은 날이면 언제나 은행이 1순위입니다.
이 하루가 만드는 금액 차이를 실제 배당으로 계산하면 1억 원이 넘습니다. 이 글은 그 계산과, 하루의 공백을 없애는 방법을 다룹니다.
잔금일에 실제로 벌어지는 일 — 시간표로 보기
세입자가 손해를 보는 구조는 대개 하루 안에서 만들어집니다. 흔한 순서는 이렇습니다.
| 시각 | 일어난 일 | 효력이 생기는 시점 |
|---|---|---|
| 9월 3일 오전 10시 | 잔금 지급, 열쇠 받고 입주 | 주택 인도 완료 |
| 9월 3일 오후 2시 | 전입신고 + 확정일자 | 9월 4일 0시 |
| 9월 3일 오후 4시 | 집주인이 근저당 설정 | 9월 3일 오후 4시(즉시) |
결과적으로 근저당이 약 8시간 앞섭니다. 세입자가 게으르지 않았는데도 후순위가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집주인이 이 구조를 알고 잔금일 오후에 대출을 실행하면, 세입자는 서류를 완벽하게 챙기고도 밀립니다.
왜 세입자만 다음 날 0시인가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가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전입신고)을 마치면 그 다음 날 오전 0시부터 대항력이 생긴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등기부에 남지 않는 권리를 시각 단위까지 따지면 다툼이 끝나지 않기 때문에, 날짜 단위로 끊어 다음 날 0시로 통일한 것입니다.
반면 근저당권은 등기입니다. 접수 시각이 분 단위로 기록되고 그 시점부터 효력이 생깁니다. 두 권리가 시간을 세는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통하는 문장은 하나뿐입니다. 근저당이 전입신고 다음 날 이후에 설정되면 세입자가 앞서고, 같은 날이면 은행이 앞섭니다. 전입신고를 오전 9시 정각에 하든 오후 5시에 하든 결과는 같습니다.
확정일자는 순위를 만들지 않습니다
확정일자를 받으면 안전하다고 알고 계신 경우가 많은데, 세 권리는 역할이 다릅니다. 확정일자만으로는 아무 순위도 생기지 않습니다.
| 권리 | 필요 조건 | 효과 |
|---|---|---|
| 대항력 | 주택 인도 + 전입신고 | 집이 팔려도 계약 기간까지 살 수 있다 |
| 우선변제권 | 대항력 + 확정일자 | 경매 배당에서 순위를 갖는다 |
| 최우선변제권 | 대항요건 + 소액임차인 요건 (확정일자 불필요) | 순위와 무관하게 일정액을 먼저 받는다 |
확정일자는 순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순위에 금액을 붙이는 장치입니다. 대항력이 없으면 확정일자를 아무리 일찍 받아도 배당에서 자리를 얻지 못합니다. 계약서를 쓴 날 바로 확정일자를 받아 두는 분들이 있는데, 입주와 전입신고를 하기 전이라면 그 확정일자는 아직 아무 일도 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최우선변제권은 확정일자가 없어도 됩니다. 다만 보증금이 지역별 기준 이하여야 하고, 경매개시결정 등기 전까지 대항요건을 갖추고 배당요구를 해야 합니다.
최우선변제금 — 지역별 금액과 한도
순위에서 밀려도 일정 금액은 먼저 받을 수 있습니다. 2023년 2월 21일 이후 설정된 담보물권에 적용되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지역 | 보증금이 이 금액 이하일 때 | 먼저 받는 금액 |
|---|---|---|
| 서울특별시 | 1억 6,500만 원 | 5,500만 원 |
| 과밀억제권역(서울 제외), 세종·용인·화성·김포 | 1억 4,500만 원 | 4,800만 원 |
| 광역시 등, 안산·광주·파주·이천·평택 | 8,500만 원 | 2,800만 원 |
| 그 밖의 지역 | 7,500만 원 | 2,500만 원 |
※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기준(법제처 생활법령 안내). 광역시는 과밀억제권역과 군 지역을 제외합니다.
여기에 한도가 하나 더 걸립니다. 최우선변제 총액은 주택가액의 2분의 1을 넘을 수 없습니다. 낙찰가가 1억 8,000만 원이면 최우선변제로 나갈 수 있는 돈은 다 합쳐 9,000만 원까지입니다. 세입자가 여럿인 다가구주택에서는 이 한도 안에서 나눠 받게 되므로, 표에 적힌 금액을 온전히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500만 원 차이로 회수액이 2,500만 원 갈립니다
서울의 다세대주택이 경매로 넘어가 1억 8,000만 원에 낙찰됐다고 하겠습니다. 세입자보다 앞선 근저당이 1억 5,000만 원 잡혀 있는 상황입니다. 보증금만 다르게 두고 계산해 보겠습니다.
| 보증금 | 소액임차인 해당 | 최우선변제 | 순위 배당 | 총 회수액 |
|---|---|---|---|---|
| 1억 6,500만 원 | 해당(기준 이하) | 55,000,000원 | 0원 | 55,000,000원 |
| 1억 7,000만 원 | 미해당(500만 원 초과) | 0원 | 30,000,000원 | 30,000,000원 |
계산 과정은 이렇습니다. 보증금 1억 6,500만 원이면 서울 기준 이하라 최우선변제 5,500만 원을 먼저 받고, 남은 1억 2,500만 원이 근저당으로 갑니다(근저당 1억 5,000만 원에 미달하므로 세입자에게 돌아올 몫은 없습니다). 보증금이 1억 7,000만 원이면 소액임차인이 아니라 최우선변제가 0원이 되고, 근저당 1억 5,000만 원이 먼저 배당된 뒤 남은 3,000만 원만 받습니다.
보증금 500만 원 차이로 돌려받는 돈이 2,500만 원 갈립니다. 계약을 조금 올려 잡을지 말지 고민할 때, 이 문턱이 어디인지는 알고 결정해야 합니다.
내게 적용되는 표는 계약일이 아니라 근저당 날짜가 정합니다
여기가 가장 자주 틀리는 지점입니다. 위의 금액표는 계약한 날짜 기준이 아닙니다. 그 집에 담보물권이 설정된 날의 시행령을 따릅니다.
서울 기준 최우선변제금은 2018년 9월 3,700만 원, 2021년 5월 5,000만 원, 2023년 2월 5,500만 원으로 올라왔습니다. 2026년에 계약했더라도 그 집의 근저당이 2019년에 잡힌 것이라면, 적용되는 금액은 5,500만 원이 아니라 3,700만 원입니다. 1,800만 원이 조용히 사라집니다.
| 선순위 근저당 설정 시점 | 적용되는 서울 최우선변제금 |
|---|---|
| 2018년 9월 ~ 2021년 5월 | 3,700만 원 |
| 2021년 5월 ~ 2023년 2월 | 5,000만 원 |
| 2023년 2월 21일 이후 | 5,500만 원 |
그러니 등기부등본에서 확인할 것은 근저당이 있느냐 없느냐만이 아닙니다. 언제 설정됐는지가 내가 받을 최소 금액을 정합니다. 오래된 근저당이 남아 있는 집일수록 이 차이가 커집니다. 계약 전 권리관계를 보는 순서는 서류 한 칸을 놓쳐 돈을 못 받는 다른 사례와 결이 같습니다.
하루의 공백을 없애는 세 가지 방법
1. 특약으로 막는다 (비용 0원)
가장 싸고 실무에서 가장 많이 쓰는 방법입니다. 계약서 특약에 이렇게 적습니다. "임대인은 잔금일 다음 날까지 해당 주택에 근저당권 등 어떠한 담보물권도 설정하지 않는다. 위반 시 임차인은 계약을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잔금 당일 대출을 막는 것이 핵심입니다.
2. 잔금일 아침에 등기부를 다시 뗀다 (비용 700원)
계약할 때 본 등기부는 이미 과거입니다. 잔금을 보내기 직전에 인터넷등기소에서 다시 확인하고, 새 근저당이 없는 것을 보고 송금합니다. 열람 수수료는 700원입니다. 잔금을 보낸 뒤에 확인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3. 전세권설정등기를 한다 (비용은 보증금에 비례)
등기이므로 접수한 그 시각부터 효력이 생깁니다. 하루의 공백이 아예 없어집니다. 대신 비용이 듭니다. 등록면허세는 보증금의 0.2%, 지방교육세는 등록면허세의 20%, 등기수수료는 9,000원입니다.
| 보증금 | 등록면허세 | 지방교육세 | 등기수수료 | 합계(법무사 보수 별도) |
|---|---|---|---|---|
| 1억 원 | 200,000원 | 40,000원 | 9,000원 | 249,000원 |
| 2억 원 | 400,000원 | 80,000원 | 9,000원 | 489,000원 |
| 3억 원 | 600,000원 | 120,000원 | 9,000원 | 729,000원 |
| 5억 원 | 1,000,000원 | 200,000원 | 9,000원 | 1,209,000원 |
확정일자 수수료가 600원이니, 보증금 3억 원이면 1,200배가 넘는 차이입니다. 게다가 전세권설정은 집주인 동의가 필요해 실제로는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쪽을 고를까
- 집주인이 잔금일에 대출을 실행할 예정이라고 말하는 경우 — 전세권설정을 요구하거나, 그 계약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특약만으로는 이미 예정된 대출을 막기 어렵습니다.
- 등기부가 깨끗하고 집주인이 대출 계획을 부인하는 경우 — 특약 + 잔금일 아침 재열람으로 충분합니다. 70만 원을 쓸 이유가 없습니다.
- 보증금이 지역 기준을 크게 넘는 경우 — 최우선변제라는 안전망이 아예 없으므로 순위 확보가 전부입니다. 비용을 쓸 값어치가 있습니다.
보증금 자체를 보증기관에 맡기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보증료와 가입 조건을 함께 따져야 하는 문제라 전세보증보험 보증료 계산과 나란히 두고 보는 편이 낫습니다.
잔금일 체크리스트
- 계약서에 담보물권 금지 특약을 넣었는가 — "잔금일 다음 날까지"라고 날짜를 명시합니다. "잔금일까지"라고만 쓰면 그날 오후가 열려 있습니다.
- 잔금 송금 직전에 등기부를 다시 뗐는가 — 700원입니다. 계약 때 본 것으로 대신하지 않습니다.
- 이사 당일에 전입신고를 마쳤는가 — 하루 미루면 대항력도 하루 밀립니다. 주말이 끼면 그만큼 더 밀립니다.
- 확정일자를 같은 날 받았는가 — 전입신고와 같은 날 받아야 대항력이 생기는 시점에 순위도 함께 확보됩니다.
- 선순위 근저당의 설정 날짜를 적어 뒀는가 — 그 날짜가 내 최우선변제금 액수를 정합니다.
- 보증금이 지역 기준선 근처인가 — 서울 1억 6,500만 원처럼 문턱 바로 위라면, 계약 조건을 조정할 값어치가 있는지 계산해 봅니다.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얹는 쪽이 나은지는 위험만이 아니라 총비용으로도 갈립니다. 그 손익분기는 전세와 월세를 2년 총액으로 비교한 계산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자주 묻는 것
Q. 전입신고를 오전 일찍 하면 그날부터 효력이 생기나요.
아닙니다. 오전 9시에 하든 오후 5시에 하든 대항력은 다음 날 오전 0시에 생깁니다. 같은 날 설정된 근저당보다 앞설 방법은 전입신고 시간을 당기는 것으로는 없습니다.
Q. 확정일자를 계약한 날 미리 받아 두면 유리한가요.
순위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우선변제권은 대항요건(입주 + 전입신고)이 갖춰진 뒤에야 작동하므로, 입주 전에 받아 둔 확정일자는 그 자체로 순위를 앞당기지 않습니다. 다만 미리 받아 두면 이사 당일에 빠뜨릴 일이 없다는 실무적 장점은 있습니다.
Q. 잠깐 다른 곳으로 주소를 옮겼다가 돌아오면 어떻게 되나요.
대항력은 주민등록이 유지되는 동안만 계속됩니다. 전출했다가 다시 전입하면 순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돼 그 사이에 생긴 근저당보다 밀립니다. 가족 중 일부만 남겨 두는 경우에도 다툼이 생길 수 있으므로, 계약 기간 중에는 주소를 그대로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Q. 소액임차인이면 무조건 5,500만 원을 받나요.
아닙니다. 주택가액의 2분의 1이라는 한도가 있고, 세입자가 여럿이면 그 한도 안에서 나눕니다. 낙찰가가 낮으면 표에 적힌 금액보다 적게 받습니다.
Q. 이미 후순위가 된 것을 알았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있나요.
순위 자체를 뒤집을 수는 없습니다. 남은 방법은 보증금 반환 보증에 가입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 계약 갱신 시점에 보증금을 낮추거나 월세로 전환해 위험 금액을 줄이는 것, 그리고 집주인의 채무 상황을 계속 확인하는 것입니다.
정리
세입자의 대항력은 전입신고를 한 다음 날 오전 0시에 생기고, 은행의 근저당은 접수한 그 순간 생깁니다. 같은 날이면 항상 은행이 앞섭니다. 서울에서 낙찰가 1억 8,000만 원, 선순위 근저당 1억 5,000만 원인 집이라면 이 하루 때문에 회수액이 1억 6,500만 원에서 5,500만 원으로 1억 1,000만 원 줄어듭니다.
막는 방법은 비싸지 않습니다. 계약서 특약 한 줄과 잔금 직전 등기부 열람 700원이면 대부분의 경우를 막습니다. 그리고 등기부에서는 근저당의 존재만이 아니라 설정된 날짜를 보십시오. 그 날짜가 최악의 상황에서 내가 받을 최소 금액을 정합니다.
이 글의 법령 내용과 금액 기준은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같은 법 시행령, 법제처 생활법령정보 안내(2026년 9월 기준)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배당 계산 예시는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화한 것으로, 실제 경매 배당은 집행비용·조세채권·다수 임차인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개별 사안의 권리 판단은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뒤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금융상품이나 계약을 권유하지 않습니다.